“인간은 태어날 때 완전한 백지일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오직 환경이 인간을 만든다는 주장… 과연 심리학은 어떻게 바라볼까?”
성무성악설(性無善惡說)은 인간은 태어날 때 선도 악도 없이 중립적인 존재라는 관점입니다.
이 이론은 교육, 문화, 환경, 경험에 따라 인간의 성격과 도덕성이 형성된다는 전제를 갖고 있습니다.
고대 중국 철학자 고자(告子)는 “물은 동서 구분 없이 흐르며, 인간의 본성도 마찬가지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이 입장은 성선설과 성악설 모두를 비판하며, 환경 결정론적 인간관을 주장한 초기 모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리학은 ‘인간은 본성이 없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요?
목차
1. 성무성악설이란 무엇인가?
2. 철학적 기원: 고자의 중립적 인간관
3. 심리학은 본성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4. 인간 행동에 대한 환경 결정론적 실험들
5. 성격 형성: 유전인가, 환경인가?
6. 반론: 정말 본성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있는가?
1. 성무성악설이란 무엇인가?
성무성악설은 인간은 태어날 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상태,즉 ‘본성 없음’의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 도덕적 판단, 감정, 성격 등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 인간의 행동은 환경적 조건, 학습, 사회적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다
- 본성은 존재하더라도 매우 미약하거나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해석도 존재
2. 철학적 기원: 고자의 중립적 인간관
고자(告子)는 맹자와 같은 시대의 유학자로,
맹자의 성선설에 강하게 반박하며 성무성악설을 주장했습니다.
고자의 비유: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다. 물은 동쪽으로도 흐르고 서쪽으로도 흐른다. 물 자체에 동서의 방향이 있지 않다.”
고자에 따르면 인간의 성품은 고정된 방향성(선 or 악)을 가지지 않으며,외부 자극이나 조건에 따라 행동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행동주의 심리학, 사회학습 이론, 환경 결정론과도 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3. 심리학은 본성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심리학의 여러 하위 분야는 ‘본성이 없다’는 주장보다는
“행동과 성격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라는 입장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특정 시기에는 성무성악설과 유사한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행동주의(behaviorism)와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이 그러합니다.
4. 인간 행동에 대한 환경 결정론적 실험들
성무성악설은 인간이 선하거나 악한 본성을 지닌 채 태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주장은 “인간의 행동은 외부 환경, 자극, 사회적 학습에 의해 형성된다”는 환경 결정론적 시각을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심리학 실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4-1. 존 왓슨의 행동주의 선언: 인간은 조작 가능한 존재
“나는 어떤 아이라도 원하는 대로 훈련시켜서 의사, 변호사, 예술가, 도둑, 거지, 심지어 살인자로도 만들 수 있다.”
John B. Watson (1924)
- 왓슨은 인간의 마음을 검증 불가능한 ‘블랙박스’로 보았고,
외부 자극(input)과 행동 반응(output)만이 과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 인간은 자극과 조건화(훈련)의 조합을 통해 얼마든지 행동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성무성악설과의 연결:
인간은 백지 상태이며, 교육과 경험만으로 어떤 방향의 인격이든 형성 가능하다는 주장과 일치
4-2.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형성 실험
- 실험 내용:
개에게 종소리(중립 자극)와 음식(무조건 자극)을 반복적으로 동시에 제공
→ 시간이 지나자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반응(조건 반사)이 나타남
적용 의미:
- 인간도 특정 상황에서 반복된 자극의 연합을 통해 행동을 학습
- 감정 반응조차도 후천적 학습의 결과일 수 있음
예: 시험장 = 불안, 병원 = 공포 등
성무성악설과의 연결:
감정과 반응은 본능적이 아니라, 환경 속에서 학습된 결과일 수 있음
4-3.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 (B.F. Skinner)
- 스키너 상자 실험:
쥐나 비둘기에게 특정 행동을 하면 먹이를 주는 시스템
→ 행동이 보상받으면 반복되고, 처벌되면 감소함 - 강화(reinforcement)와 벌(punishment)의 원리를 통해 원하는 행동을 조작할 수 있음
인간 적용:
- 칭찬을 받으면 착한 행동이 강화되고,
벌을 받으면 공격적 행동이 억제됨
→ 행동은 결과에 따라 형성되고 유지됨
성무성악설과의 연결:
인간의 행동은 보상-처벌 구조 속에서 조작 가능하며,타고난 도덕적 성향 없이도 선악이 학습될 수 있다
4-4. 반두라의 사회학습 이론: 우리는 ‘본받는 존재’
“인간은 관찰과 모방을 통해 행동을 배운다.” — Albert Bandura
보보 인형 실험 (Bandura, 1961)
- 실험 구조:
아동들이 어른이 보보 인형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영상을 시청
→ 이후 아이들에게 인형을 제공한 결과, 같은 방식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모방 - 변형 실험:
성인 모델이 보상 받는 버전 vs 처벌 받는 버전을 보여줌
→ 아이들도 모방 여부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조절
해석:
-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학습해 스스로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
- 인간은 도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사회적 맥락을 통해 ‘행동을 학습’함
성무성악설과의 연결:
도덕성이나 공격성은 본능이 아니라 모델링된 학습 결과이며,환경 속 사회적 정보에 따라 행동 방향이 결정됨
요약: 환경 결정론의 핵심 실험들
실험 | 학자 | 핵심 메시지 | 성무성악설과의 관계 |
왓슨의 선언 | John B. Watson | 인간은 전적으로 훈련 가능한 존재 | 백지 상태 주장과 일치 |
조건반사 | Pavlov | 자극 반복 = 행동 유도 | 감정조차 학습 가능 |
조작적 조건화 | Skinner | 보상과 처벌로 행동 설계 | 도덕성도 훈련될 수 있음 |
보보 인형 실험 | Bandura | 관찰과 모방을 통해 행동 학습 | 타인의 영향이 핵심 요인 |
정리 메시지
이러한 실험들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보다, 외부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성무성악설이 강조하는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단지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렇게 될 뿐이다.”
는 주장에 과학적 정당성을 제공합니다.
5. 성격 형성: 유전인가, 환경인가?
성무성악설이 주장하는 “인간은 본성이 없다”는 입장은,현대 심리학에서 “인간은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존재”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성격의 형성과 발달에 있어, 선천적 유전 요인과 후천적 환경 요인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는 오랫동안 심리학과 행동유전학의 중심 연구 주제였습니다.
5-1. 쌍둥이 연구: 유전과 환경의 분리 실험
쌍둥이 연구는 유전의 동일성을 전제로, 환경의 영향을 비교하기 위한 고전적이면서도 강력한 방법입니다.
대표 연구:
- Minnesota Twin Study (Bouchard et al., 1979~):
-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의 성격, 취향, 지능, 직업 등을 비교
- 결과: 유사한 점도 많았지만, 정서 안정성, 성실성, 대인관계 성향 등은 환경적 요인에 크게 좌우
결론:
- 유전은 기질적 요소(예: 정서 반응성, 에너지 수준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도덕성, 사회성, 가치관은 주로 후천적 환경에 의해 형성
성무성악설과 연결:
기초적인 기질은 유전될 수 있지만, 인간의 ‘성격’은 환경이 결정적
5-2. 유전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 기질(temperament): 반응 속도, 정서 민감도, 낯선 자극에 대한 민감성 등
- 정신질환 소인: ADHD, 양극성 장애, 불안 기질 등은 유전적 경향성 존재
- 지능의 일부 요소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환경에 의해 억제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5-3. 환경이 결정하는 요소들
요소 | 설명 |
도덕 기준 | 부모의 양육 방식, 문화, 교육 수준에 따라 결정 |
사회성 | 또래 관계, 놀이 경험, 상호작용 빈도 |
자기조절력 | 가정 내 규칙, 일관된 훈육, 정서 지도 |
가치관 | 종교, 이념, 사회 경험에 따라 형성 |
예시 연구:
- Hartup & Laursen (1991):
유아기의 안정적 애착 경험은 자기조절력과 타인 수용성 향상과 연결됨 - Baumrind’s Parenting Styles:
양육 유형(권위적, 허용적, 방임적)에 따라 아이의 성격 및 행동 문제가 크게 다르게 나타남
핵심 메시지:
도덕성, 책임감, 타인에 대한 태도는 모두 학습되고 형성되는 결과물
5-4. 유전 vs 환경: 상호작용 모델
현대 심리학은 유전과 환경을 서로 경쟁하는 요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유전–환경 상호작용(G×E interaction) 모델을 채택합니다.
대표 개념:
- 잠재적 유전 소인 + 환경 자극 = 행동 특성 발현
- 예: 공격적 기질이 있는 아이라도, 공감 중심 교육 환경에서는 폭력성이 억제될 수 있음
- 반대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아이라도 폭력적인 환경에서는 공격성을 학습할 수 있음
요점:
“본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본성이 ‘어떻게 발현되느냐’는 전적으로 환경에 달려 있다.”
→ 성무성악설이 주장하는 ‘환경이 전부’에 매우 가까운 관점
종합 요약
구분 | 유전 영향 | 환경 영향 |
기질 | 있음 (낮은 정서 안정성 등) | 조절 가능 (양육 태도에 따라 완화 가능) |
성격 형성 | 제한적 | 지배적 영향력 (교육, 문화, 경험) |
도덕성·가치관 | 거의 없음 | 부모, 또래, 사회 자극에 의해 결정 |
자기조절력 | 기초 수준 있음 | 훈육과 정서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짐 |
결론 메시지
- 인간은 일부 기질적 특성을 유전적으로 지니고 태어나지만,
그 기질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느냐는 환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 성격은 정적인 본성의 결과가 아니라, 환경 속에서 동적으로 구축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성무성악설은 극단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인간은 태어날 때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핵심 주장은 현대 심리학의 성격 발달 이론과 상당 부분 공명합니다.
6. 반론: 정말 본성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있는가?
- 영아기 공감 실험이나 공정성 선호 실험은 인간이 일부 도덕 감정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을 보여줌
- 공감 반응의 신경적 기초(미러 뉴런)도 선천적 본성을 뒷받침
- 일부 행동은 문화나 환경 없이도 나타남 (ex. 기본 욕구, 애착 행동 등)
따라서 현대 심리학은 성무성악설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되,‘완전한 백지 상태’는 과학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요약
🔹 성무성악설은 인간이 본래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주장
🔹 환경과 교육, 자극, 사회적 학습이 인간의 행동과 도덕성을 결정
🔹 행동주의 심리학, 사회학습 이론은 이 관점을 뒷받침
🔹 그러나 선천적 감정과 반응도 존재함 → 완전한 백지 이론은 한계가 있음
🔹 인간은 유전적 기초 + 환경 자극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존재
성무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을 논의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중간 지점입니다.
선하거나 악하지 않지만,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심리학의 유연한 인간관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결국 인간은 본성 그 자체보다는, 본성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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