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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지지 후보가 다를 때 인간관계 유지하는 법 – 선거철 갈등 회피 심리 전략

by 심리학. 2025. 5. 31.

“그 사람, 정치 얘기하는 걸 보고 다시 보게 됐어.”


이런 말, 선거철이 되면 유난히 자주 들립니다.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밥을 먹다가도,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공기가 바뀌고, 분위기가 얼어붙는 걸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과 나눈 수많은 기억과 신뢰보다, 단 한 번의 정치 대화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죠.

왜 우리는 이렇게 정치 앞에서 예민해질까요?


왜 누군가가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 자체가 달라 보이고 거리감을 느끼게 될까요?

 

이 글에서는 지지 후보가 다를 때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의 구조를 분석하고, 불필요한 다툼 없이 소중한 인간관계를 지키기 위한 심리 전략을 함께 정리해보려 합니다.


정치적 다름이 곧 관계의 단절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화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심리학, 정치 심리, 확증 편향, 인지 부조화, 정치 갈등, 정치 성향, 유권자 심리, 사회심리학, 자기방어기제, 뉴스 소비 심리


목차


1. 왜 지지 후보가 다르면 갈등이 생기는가?

“정치는 개인의 취향일 뿐인데 왜 싸움으로 번질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의 식사가 불편해지고, 친구와의 대화가 멀어지며, 회사 동료와의 관계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정치적 입장이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 감정의 구조까지 깊숙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단순한 ‘선택’이 아닌 ‘정체성의 표현’

사람들은 후보를 고를 때 단순히 정책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 기준이 작용합니다.

  • 이 사람이 말하는 세상이 내가 바라는 방향인가?
  • 이 정치인은 내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 그의 태도와 언행이 ‘나 같은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가?

이 과정에서 후보 선택은 곧 자기 표현이 됩니다.


즉, 지지 후보는 “내가 누구인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다른 의견이네”라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 사람은 나와 다른 세계를 살고 있구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구나”라는 감정적 반응이 생기게 됩니다.


● 사회심리학이 말하는 정치 갈등의 구조

정치적 갈등을 이해하려면, 사회심리학의 집단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진영, 지역, 계층 등)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우리 대 그들’의 구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것은 서로 다른 ‘상징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그러면 무의식 중에 다음과 같은 심리적 기제가 작동합니다.

  • “우리 편은 도덕적이고 합리적이다”
  • “저쪽 편은 감정적이고 편향됐다”
  • “그 사람은 나와 정치 성향이 다르니, 결국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사고 구조는 갈등을 내재적으로 품고 있으며, 정치적 차이가 발생하는 순간 바로 정체성의 위협으로 반응합니다.


● 감정의 문제로 전이되는 순간

정치적 이견은 처음에는 ‘논리’로 시작되지만, 이내 ‘감정’의 문제로 전환됩니다.

  • “왜 그런 후보를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 “나와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이 저런 선택을 하다니…”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정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 공격받았다고 느끼는 심리적 반사 작용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보다 표정이 먼저 날카로워지고,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가 깊다

가족, 연인, 친구와 같은 관계에서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할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견해가 다를 경우, 이 기대가 깨지며 더 큰 충격과 실망으로 이어집니다.

  • “어떻게 엄마가 저런 후보를 좋다고 하지?”
  • “그 친구는 진보적일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 “우리가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이러한 실망은 정서적으로 더 깊은 갈등을 만들며, 때로는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서 인간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 핵심은 ‘다름’이 아니라 ‘위협’으로 느껴지는 심리 구조

결론적으로, 지지 후보가 달라서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다름’이 곧 나의 정체성, 가치관, 인간관계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단순한 정치 얘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신과 나는 다른 세계를 산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 논리적인 대화처럼 시작되지만, 감정의 싸움으로 쉽게 비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 차이를 대화에서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깔린 심리적 민감성정체성의 상호작용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 인식 없이는, 우리는 매 선거 때마다 소중한 관계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2. 정치 성향은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종종 “정치는 그냥 생각 차이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정치 성향은 단순한 의견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정치적 입장은 매우 깊이 있는 정체성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즉, 내가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강력한 표현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체성의 투사’

심리학자들은 정치 성향을 개인의 ‘자아 정체성(Self-identity)’의 확장이라고 설명합니다.


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단지 그 사람의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 태도, 이념, 세계관이 내가 지향하는 인간상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 지지 행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내 정체성과 결합됩니다:

  • “나는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야 → 그래서 복지 중심 후보를 지지해”
  • “나는 공정과 원칙을 중시해 → 그래서 원칙주의 성향 후보를 선호해”
  • “나는 나답게 사는 걸 중요시해 → 그래서 기성 정치에 반대하는 후보에게 끌려”

결국 정치 성향은 단순한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자기 정체성의 발화인 것입니다.


● 상대의 정치 성향을 공격하면, 그 사람 자체를 공격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치 이야기가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방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판하는 순간, 그 비판은 단순히 특정 인물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상대의 가치, 경험, 세계관 전체에 대한 부정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 “그 후보는 무능해” = “네가 지지한 선택은 잘못됐어”
  • “그 진영은 이기적이야” = “너는 그런 세계를 믿는 사람이야”
  • “그 정책은 말도 안 돼” = “너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이런 언어들은 상대에게 정체성 위협(threat to identity)으로 작용하며, 즉각적인 방어 반응과 감정적 거리감을 유발합니다.


● 정치 성향은 경험의 누적 결과이기도 하다

정치적 입장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겪어온 경험, 가족 환경, 교육, 미디어 소비 방식, 소속 계층 등에 따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이념과 가치를 채택하고, 그것이 정치 성향으로 굳어집니다.

 

즉, 누군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궤적과 경험의 축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정치 성향을 비난하기 전에 그 사람이 살아온 삶과 세계를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 정체성 기반의 정치적 신념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정치 성향이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을 때, 그 신념은 단순한 논리적 설득으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논리적 반박은 자기방어를 강화하고 기존 입장을 더 견고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이는 ‘역효과(backfire effect)’로도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신념을 위협받는 순간 사람은 오히려 그 신념을 더 강하게 믿게 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런 심리 작용은 선거철 정치 대화에서 갈등이 왜 그렇게 빠르게 격화되는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정치 성향은 결코 단순한 견해 차이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각자의 삶이 투영된 정체성이며, 누구도 그 정체성을 부정당하거나 무시당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논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배워야 합니다.


그 이해의 시도가 곧, 다름 속에서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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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갈등을 피하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지지 후보가 다른 사람과 정치 이야기를 나눌 때, 갈등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무의식적인 표현과 말투, 그리고 심리적 방어를 유발하는 단어 선택에 있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의도였더라도, 그 방식이 감정을 자극하면 대화는 금세 논쟁으로 번지게 됩니다.

 

정치 성향은 정체성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은 자신의 견해를 지적받는 순간 자신이 부정당했다고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표현과 태도가 이런 방어 반응을 유발하는 걸까요?


● 갈등을 유발하는 대표적 말투와 표현

  1. 단정적 판단
    • “그 후보는 완전히 틀렸어.”
    • “그런 사람을 지지하다니, 이해가 안 된다.”

→ 이 표현은 상대방의 선택뿐 아니라, 그 사람의 가치 판단 능력 전체를 공격하는 언어로 들립니다.


정답을 단정하듯 말하는 순간, 상대는 더 이상 대화가 아닌 방어에 집중하게 됩니다.


  1. 비하·조롱·풍자적 말투
    • “아직도 그런 후보 믿는 사람 있냐?”
    • “그 사람 지지하는 건,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거지.”

→ 풍자와 유머는 논쟁을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정치 대화에서는 오히려 비하와 조롱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특히 신념이 강한 사람에게는 정체성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1. 이분법적 구도 설정
    • “이쪽은 정의고, 저쪽은 악이야.”
    • “우리 진영은 사람을 보고, 저쪽은 이익만 보잖아.”

→ 대화 도중 '선과 악', '옳고 그름'처럼 절대적인 구도를 그리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나를 악으로 규정했다’는 반발심을 느낍니다.


이분법은 갈등을 단순화시키고,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1. 의도 단정
    • “너는 그냥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 후보를 지지하는 거잖아.”
    • “그런 사람은 결국 본인만 생각하는 거야.”

→ 상대의 내면 동기를 단정해버리는 언어는 존중의 여지를 없애는 말입니다.


상대방의 삶의 맥락과 생각 과정을 무시하는 표현이므로, 강한 반감을 유발합니다.


  1. 공격적인 비교
    • “그 사람은 독재자랑 다를 게 없어.”
    • “그 후보는 OOO보다 더 위험해.”

→ 감정을 자극하는 극단적인 비교는 상대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 선 긋기와 적대의 신호로 작동하게 됩니다.


●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내용보다 전달 방식이 감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즉,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말투와 표정, 제스처, 타이밍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나는 이 후보의 정책이 더 실용적이라고 느꼈어.” → OK
  • “그쪽은 맨날 이상론만 말하잖아.” → NO
  • “나는 저 후보가 경제 쪽에서만큼은 실력이 있다고 생각해.” → OK
  • “그 사람은 그냥 네가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싫은 거잖아.” → NO

대화에서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과 상대방의 의견을 공격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태도가 곧 갈등 예방의 핵심입니다.


● 정치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기억할 3가지 원칙

  1. 감정보다는 경험을 말하라
    “나는 이런 경험 때문에 이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처럼
    개인적인 맥락을 설명하면 설득보다는 공유의 느낌을 줍니다.
  2.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말라
    상대의 입장을 바꾸려고 할수록 저항이 생깁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는 유연한 자세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3. 비판보다 질문으로 접근하라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 입장을 갖게 된 계기가 있어?”
    이런 질문은 방어보다는 대화를 유도하는 언어입니다.

정치적 대화에서 갈등은 대부분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말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정치 성향은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투영된 민감한 주제이므로, 말 한 마디, 표정 하나, 말투의 억양까지도 상대의 감정에 깊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합니다.

 

그 감각이 있을 때, 우리는 다름을 대화로 이끌 수 있고, 선거철에도 관계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4. 관계를 지키는 대화 전략 5가지

선거철에 정치 이야기를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갈등 없이 관계를 지키는 대화 기술은 꼭 필요합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도 건강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으려면, 의견을 바꾸게 하기보다는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존중하는 대화 태도가 중요합니다.


① 감정보다 ‘경험’을 이야기하라

정치적 주장을 이야기할 때, 이념적 대결보다는 개인적 경험을 중심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

  • “나는 실직을 겪은 이후로 일자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어.”
  • “우리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세금 관련 공약은 더 현실적으로 들려.”

→ 이런 말은 정치 성향의 차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며, 상대에게 “이 사람은 삶의 맥락에서 판단했구나”라는 이해를 유도합니다.


② 설득보다 ‘이해’에 집중하라

많은 대화가 설득 시도에서 무너집니다.


상대를 논리로 이기려 하기보다,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질문과 태도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

  • “그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가 있어?”
  • “어떤 정책이 가장 와닿았어?”

→ 이런 질문은 상대의 ‘신념’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신념의 배경을 탐색하는 접근입니다.


이를 통해 대화는 대립이 아니라 ‘교류’가 됩니다.


③ 유머와 풍자는 정치 대화에서 피하라

유머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정치적 맥락에서는 쉽게 비하나 조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위험 요소입니다.

 

예:

  • “그 후보는 그냥 예능감으로 나온 거지, 정치는 못하지.”
  • “그 지지자들 보면 뉴스도 안 보는 것 같아.”

→ 이런 말은 상대의 선택뿐 아니라 지적 능력, 판단력까지 모욕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유머가 아닌 비판적 인상으로 각인되기 쉬우므로 정치 대화에서는 극도로 절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④ ‘경청’의 제스처를 실천하라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화의 감정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특히 정치적 의견이 다를수록, 경청은 심리적 신뢰를 복원하는 핵심 행동이 됩니다.

 

실천 방법:

  • 말을 끊지 않는다
  • 고개를 끄덕이며 비언어적 반응을 보인다
  • “그건 처음 들어보는 관점이야”와 같은 피드백을 준다

→ 이 과정은 상대에게 “내 의견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감정적 경계심을 낮추고 열린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⑤ 때로는 ‘대화 중단’이 최선일 수 있다

대화가 점점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논의가 아닌 서로의 입장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그 시점에서는 과감히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 됩니다.

 

예:

  • “우리 둘 다 너무 감정이 올라왔으니까, 이 얘기는 잠깐 쉬자.”
  •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너랑 계속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어.”

→ 이렇게 말하면 정치 이야기를 피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관계의 중요성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소모하기보다, 관계를 우선하는 선택이 성숙한 유권자의 태도입니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관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 핵심은 ‘설득’보다 ‘존중’, ‘비판’보다 ‘공감’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선거는 끝나지만, 관계는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택한 말 한마디가 투표보다 더 큰 인간적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5. 건강한 정치 대화가 가능한 조건

정치 이야기는 반드시 피해야 할 금기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정치 이야기도 충분히 건강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심리적 조건과 관계 기술이 필요합니다.


① ‘내가 옳다’는 전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적 대화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전제를 품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에서 출발한 대화는, 대화를 가장한 설득 혹은 공격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 건강한 대화는 “나도 틀릴 수 있다”, “다른 해석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이런 유연한 사고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관점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② 정체성과 정치 성향을 분리해서 바라보기

정치 성향은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 사람의 전체를 결정하는 ‘도덕성 지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인격 전체’를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 건강한 정치 대화를 위해선 “그 사람은 나와 다른 선택을 했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는 관점이 필수적입니다.


정치적 견해가 인간 자체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관계도 함께 지켜낼 수 있습니다.


③ 다름을 이해하려는 질문이 필요하다

정치적 차이가 있을 때,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대화는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예:

  • “그 정책이 와닿은 이유가 있어?”
  • “그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는 뭐였어?”
  •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뭔지 궁금해.”

→ 이런 질문은 상대의 신념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경청과 이해’의 장으로 전환시켜줍니다.


질문은 경계심을 풀고, 신뢰의 여지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④ 감정적 반응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주제는 감정을 빠르게 자극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나와 전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화, 짜증,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건강한 대화를 위해선 이 감정을 곧장 표현하는 대신 ‘잠시 멈추고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지금 내가 왜 이 말에 감정적으로 반응했지?”
  • “이건 상대방의 말 때문인가, 내 안의 불안 때문인가?”

자신의 감정을 성찰할 수 있는 태도는 불필요한 언쟁을 줄이고, 대화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핵심 역량입니다.


⑤ 대화의 목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것’으로 전환하라

정치 대화는 승부가 아닙니다.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논리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진짜 건강한 정치 대화는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민주적 태도”이며, 관계를 지켜내는 인간적 존중의 출발점입니다.


정치는 언젠가 끝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그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단지 말솜씨가 아니라 다른 관점을 품어낼 수 있는 심리적 여유와 성찰적 태도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건강한 정치 대화는 단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인간력의 표현입니다.


[글 요약]

 

  •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사실은 단순한 선택 차이를 넘어, 정체성과 가치관의 차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정치 성향은 각자의 경험과 세계관이 반영된 결과로, 비난이나 조롱은 곧 개인에 대한 정면 공격처럼 느껴진다.
  •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설득보다 경험 기반의 이야기와 질문 중심 대화가 효과적이다.
  • 건강한 정치 대화를 위해선 “내가 옳다”는 태도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는 성찰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 선거는 일시적이지만, 인간관계는 지속적인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삶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 입장을 공격받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는 위협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정치적 다름이 반드시 인간적 거리로 이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고, 내 판단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거 후에도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는 ‘다른 편’이 아니라, 나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같은 사회의 시민’입니다.

 

정치적 대화를 피하지 않되, 그 대화가 갈등이 아니라 이해와 존중의 출발점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각자의 말보다, 말하는 태도와 듣는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