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 진짜일까?”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갑자기 뉴스가 폭발적으로 쏟아집니다.
그중에는 충격적인 폭로, 음모론, 의혹 제기 같은 내용이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죠.
그런데 놀라운 건,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뉴스조차 많은 이들이 여전히 믿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 우리는 진실보다 가짜뉴스에 더 흔들리는 걸까요?
그 이면에는 인간의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 단순한 정보 문제가 아니다
가짜뉴스는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오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지 편향, 감정 반응, 집단 정체성 등 심리적 요소와 깊이 얽혀 있습니다.
특히 선거철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에 더욱 매몰되며, 그 결과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심리’가 더욱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게 되는 5가지 심리적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봅니다.
목차 (TOC)
1.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본다
2. 인지 부조화: 불편한 진실을 거부하는 뇌
3. 감정 마케팅: 논리보다 감정에 반응하는 심리
4. 정보 피로감: 너무 많은 정보에 지친 뇌
5. 집단 정체성: "우리 편"이면 믿고 보는 심리
1.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심리적 경향입니다.
이 편향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정치적 주제가 등장할 때 극단적으로 강화됩니다.
❝ 우리는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믿고 싶은 것’을 사실로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
선거철에 나타나는 확증편향의 전형적 사례
-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긍정적 기사는 “봐, 역시 훌륭해”
- 같은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는 “언론이 조작했겠지”
- 반대 진영 후보에 대한 부정 기사는 “진작부터 수상했어”
- 반대 진영 후보에 대한 해명 기사는 “그거 믿는 사람도 있어?”
이처럼 사람들은 객관적인 정보조차 주관적으로 해석하며, 기존 신념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심리학적 배경 :
인간의 뇌는 ‘신념이 흔들릴 때’보다 ‘신념이 유지될 때’ 더 많은 도파민(심리적 보상 호르몬)을 생성합니다.
즉, 내가 옳다고 느낄 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에 끌리는 것입니다.
실험 사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유명한 실험(1979)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사형 제도에 관한 찬반 논문을 각각 읽게 한 결과:
- 찬성자는 찬성 논문만 신뢰했고
- 반대자는 반대 논문만 신뢰했으며
- 오히려 서로를 “더 무지하고 고집스럽다”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즉, 같은 정보를 봐도 ‘자신의 관점’을 강화하는 식으로만 해석한 것입니다.
확증편향은 정보의 해석뿐 아니라 SNS 알고리즘과 결합되면 더 위험해집니다.
내가 자주 클릭한 유형의 콘텐츠만 추천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내 신념만 소비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보의 사일로 효과(Silo Effect)"입니다.
✔ 정리:
우리는 팩트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팩트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인지 부조화: 불편한 진실을 거부하는 뇌
우리는 보통 스스로를 논리적이고 일관적인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과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때마다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입니다.
❝ 사람들은 ‘진실’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신념과 충돌하는 진실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
선거철에 나타나는 인지 부조화의 전형적 사례
- “나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사람이다.”
- 그런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 이때 사람은 다음 셋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선택 | 심리적 반응 | 결과 |
1. 뉴스의 신뢰성 부정 | “가짜뉴스일 거야” | 기존 신념 유지 |
2. 후보의 행동을 정당화 | “저 사람은 원래 솔직한 스타일이야” | 심리적 정당화 |
3. 사실을 받아들임 | “실망스럽지만 인정해야겠어” | 심리적 고통 증가 |
대부분의 사람은 1번 또는 2번을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기존 신념을 유지하는 편이 뇌에게 더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이론:
Leon Festinger의 인지 부조화 이론(1957)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가진 신념과 새로운 정보가 충돌할 때 신념을 바꾸기보다 현실 인식을 왜곡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상 예시로 보는 인지 부조화
- “나는 건강을 중시해”라고 말하면서도, 야식과 음주를 반복할 때
→ “하루쯤은 괜찮잖아”로 합리화 - “나는 친절한 사람이야”라고 믿으면서 택배 기사에게 짜증을 냈을 때
→ “오늘은 스트레스 받아서 그랬어”라고 핑계를 댐
선거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한 뉴스’는 팩트라 하더라도, 내가 받아들이기 싫으면 거부하거나 축소합니다.
그 이유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믿어온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점:
인지 부조화는 진실을 왜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무의식적 자기 방어’입니다.
SNS 시대의 인지 부조화
-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만 보여줍니다.
- 반대 의견은 불쾌하거나 피곤하게 느껴져 스크롤을 넘깁니다.
- 그렇게 우리는 ‘자기 신념만 강화되는 환경’ 속에 스스로를 가둡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설령 진실이라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불편한 정보는 자동적으로 ‘거짓’처럼 인식되기 쉽습니다.
❝ ‘진실을 외면하는 뇌’는 나약해서가 아니라, 심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정상적인 뇌’의 반응입니다. ❞
3. 감정 마케팅: 논리보다 감정에 반응하는 심리
가짜뉴스는 대부분 사실을 조용히 전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와 구성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 “충격 고백”
- “국민 분노 폭발”
- “소름 끼치는 진실”
- “알고도 속인 정치인”
이처럼 자극적인 표현은 논리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 마케팅(emotional manipulation)의 핵심 원리입니다.
❝ 사람은 사실보다 먼저, 느낌(feeling)에 반응합니다. ❞
왜 감정이 논리보다 빠르게 작동할까?
인간의 뇌 구조를 보면,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는 합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보다 훨씬 먼저 반응합니다.
특히 분노, 불안, 공포 같은 감정은 위협 상황에 즉각 반응하기 위한 생존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뉴스를 읽는 순간에도 감정이 먼저 깨어납니다.
예: “세금으로 외유성 출장? 국민 분노 폭발”이라는 헤드라인은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먼저 분노와 배신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관련 이론:
- Affect Heuristic (감정 휴리스틱):
사람은 복잡한 정보를 평가할 때, 감정에 기반한 직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Slovic et al., 2002)- Fast vs Slow Thinking (카너먼의 시스템 1 & 2):
감정은 빠르고 자동화된 시스템1에 속하며, 논리는 느리고 에너지 소모가 큰 시스템2에 속한다.
선거철 뉴스에서 감정 마케팅이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
- 정치 이슈는 원래 민감하다 → ‘우리 편 vs 저쪽’ 구도
- 정책보다 사람 중심으로 소비된다 → 개인 비방, 의혹 제기 등
-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 → 감정이 판단을 압도함
예시 비교
뉴스 A(논리 중심) | 뉴스 B(감정 중심) |
“후보 A, 정책 공약에 재정 우려 제기돼” | “후보 A, 국민 세금으로 퍼주기? 분노 확산” |
“후보 B, 토론회에서 정책 설명 중 혼선” | “후보 B, 토론 중 말실수…무능 논란 재점화” |
사실은 유사하지만, 언어가 달라지는 순간 ‘느껴지는 진실’도 달라집니다.
왜 감정 중심 콘텐츠가 퍼질까?
- 감정이 강한 콘텐츠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고
- 사람들이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합니다.
- SNS에서 좋아요, 댓글, 공유를 유도하며 확산력이 폭발적입니다.
❝ 논리는 설득하지만, 감정은 움직입니다.
선거철의 가짜뉴스는 바로 그 ‘움직이는 심리’를 노립니다. ❞
4. 정보 피로감: 너무 많은 정보에 지친 뇌
오늘 하루 동안 몇 개의 뉴스를 봤는지 기억나시나요?
정치, 경제, 연예, 국제, 지역 이슈까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뉴스와 SNS 정보가 폭탄처럼 쏟아집니다.
이처럼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아질 때, 우리 뇌는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할 여력을 잃게 됩니다.
이 상태를 정보 피로(Information Fatigue) 또는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라고 부릅니다.
❝ 뉴스는 넘쳐나는데,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느낌.
이것이 바로 정보 피로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
정보 피로가 뇌에 미치는 영향
- 주의력 저하
→ 모든 정보가 ‘비슷하게’ 보이고,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짐 - 의사결정 회피
→ 선택 자체를 미루거나, 직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성향 증가 - 피상적 수용
→ 사실 확인보다는 “그럴 듯해 보이는 정보”에 쉽게 설득됨
관련 개념:
- Cognitive Load Theory: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Sweller, 1988)- Decision Fatigue: 반복된 판단으로 인한 심리적 에너지 고갈 → 인지적 단순화 선호
(Baumeister et al., 2000)
선거철, 정보 피로가 심해지는 이유
- 수많은 기사, 후보, 주장, 논평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
- 비슷한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반복해서 소비
- 팩트체크 정보도 넘쳐나고, 모두가 ‘진실’을 주장함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그 상태에서 쉽고 자극적인 정보에 더 쉽게 반응하게 됩니다.
예시: 정보 피로 상태에서 가짜뉴스가 먹히는 과정
- 이미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쌓여 있음
- 한 문장짜리 요약 뉴스 or 자극적인 썸네일이 눈에 띔
-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아” → 자동적으로 신뢰
- 사실 확인 없이 수용 또는 공유
❝ 가짜뉴스는 정보의 ‘질’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정보 피로에 빠진 뇌의 ‘처리 속도’를 노립니다. ❞
팁: 정보 피로에서 벗어나는 방법
- 하루 중 뉴스 소비 시간을 제한하기
- 기사보다 공식 데이터나 팩트체크 플랫폼 활용하기
- 감정적으로 반응이 큰 뉴스는 일단 멈추고 확인하기
5. 집단 정체성: "우리 편"이면 믿고 보는 심리
사람은 객관적 진실보다 소속된 집단의 의견에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선거철에는 ‘정치적 진영’이라는 집단 정체성이 더욱 강해지며, 정보의 진위 여부보다 그 정보가 어느 편에 유리한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 누가 말했는지가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심리. ❞
집단 정체성(Social Identity)이란?
사회심리학자 Tajfel과 Turner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정치 성향, 지역, 학교, 종교 등)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 심리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 집단(in-group)은 긍정적으로 평가
- 다른 집단(out-group)은 비판적으로 평가
- 집단의 이익과 의견을 개인의 신념처럼 내면화
선거철에 나타나는 ‘우리 편 믿기’ 현상
뉴스 내용 | 내 진영 반응 | 상대 진영 반응 |
A후보 의혹 기사 | “야당이 흠집 내려는 거야” | “봐라, 역시 문제 있어” |
B후보 정책 발표 | “현실성 없잖아” | “미래를 생각한 훌륭한 제안” |
같은 내용도 ‘누가 말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집단 정체성이 작용하는 방식입니다.
왜 집단 정체성은 가짜뉴스에 취약할까?
- 소속 집단의 주장 = 내 주장으로 받아들이게 됨
- 집단의 평판이 흔들리면 개인 자존감도 위협받는 느낌
- 그래서 집단에 불리한 정보는 적대감·방어심리로 반응
- 심지어 거짓 정보라도 우리 편을 유리하게 만들면 무비판적 수용
예:
“내가 지지하는 정당은 부패하지 않았고, 그걸 폭로하는 언론이 정치 편향이다”라는 식의 사고 방식은 팩트가 아니라 집단 소속감이 판단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관련 개념 보강
- Motivated Reasoning(동기화된 추론):
자신이 속한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선택적 해석하는 경향 - Group Polarization(집단 극화 현상):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 내에서, 의견이 더 극단적으로 치우치게 되는 현상
❝ 우리는 정보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사람(또는 집단)을 믿고 그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
그리고 선거철은 그 경향이 가장 극단적으로 작동하는 시기입니다.
요약 : 왜 우리는 선거철 가짜뉴스에 쉽게 흔들리는가?
심리 요인 | 설명 | 결과 |
확증편향 | 보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 | 기존 신념 강화, 왜곡된 해석 |
인지 부조화 | 신념과 충돌하는 정보는 외면 | 불편한 진실 거부, 정당화 |
감정 마케팅 | 감정 자극에 빠르게 반응 | 논리적 판단 마비, 감정적 수용 |
정보 피로감 |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압도 | 빠른 결론, 검증 생략 |
집단 정체성 | 내 집단이 기준이 되는 판단 | '우리 편' 정보만 믿게 됨 |
우리가 믿는 것은 사실일까, 정체성일까?
가짜뉴스는 단순히 "거짓 정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심리적 패턴 확증 편향, 감정 반응, 소속감—을 정교하게 이용합니다.
선거철이라는 특별한 시기에는 이러한 심리적 요소들이 겹겹이 작용하면서 객관적인 진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에 더 강하게 이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단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신념을 점검하고, 감정과 거리를 두며, 내가 누구의 영향 아래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사실’ 속에서 선택하지 않습니다.
신념, 감정, 소속감 속에서 ‘진실처럼 보이는 것’을 선택할 뿐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진짜 진실을 마주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2025.04.06 - [심리학] - “정당보다 사람이 먼저? – 한국 유권자 결정 기준의 심리적 패턴”
“정당보다 사람이 먼저? – 한국 유권자 결정 기준의 심리적 패턴”
“나는 사람을 보고 뽑는다.”이 말, 한국 선거철마다 익숙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믿고 싶은 이유로 후보를 선택하고 있을까요? 유권
psychology-money.com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아닌 것에 사랑을 느낀다? ‘사물도착증(Objectophilia)’의 심리학적 정체” (1) | 2025.04.12 |
---|---|
“남자가 좋아할 때 절대 숨길 수 없는 7가지 심리 신호 (심리학으로 완전 분석)” (0) | 2025.04.12 |
"사람들은 왜 심리 테스트에 빠질까? 심리학적으로 보는 이유 5가지" (0) | 2025.04.12 |
“같은 능력, 다른 얼굴 – 채용 면접에서 외모는 정말 공정할까?” (0) | 2025.04.12 |
“왜 성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까? – 성형 중독의 심리 구조” (0) | 2025.04.12 |